군함도, The Battleship Island, 2017

1. 영화 소개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인상이 깊었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군함도는 일본의 하시마 섬을 배경으로 한 역사 영화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과 일본군과의 대결을 다룬 작품이죠.

하시마 섬은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시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1887년~1974년까지 석탄광업이 이루어졌던 곳이고 섬의 모습이 군함과 비슷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섬에는 일제 강점기에 약 40만 명의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 징용되어 노역을 당했는데요.

그들은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에서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한 채로 채굴을 했고, 많은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또한 일본군은 조선인 여성들을 위안부로 만들거나 양녀로 입양시켜 강간하고 학대했습니다..

이런 잔혹한 역사는 오랫동안 잊혀지거나 감춰져 있었는데 이 영화가 이런 역사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죠.

2. 등장인물

이 영화의 주연은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입니다.

황정민은 경성 반도호텔의 악단장, 딸바보 아버지 역할인 강옥을 연기했습니다. 강옥은 딸 소희와 함께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했지만, 그곳에서 지옥 같은 삶을 맞이하게 되죠. 그는 어떻게든 딸을 지키기 위해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추고 음악으로 도피하고자 합니다. 황정민은 아버지로서의 애절함과 음악가로서의 열정을 정말 잘 표현했습니다.

소지섭은 종로 깡패 출신의 노무계원 칠성을 연기했습니다. 그는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하는 조선인 노무계원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자신이 노무계원 자리에 꿰차 많은 사람들의 신임을 얻습니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지만 심성은 착한 인물로 사람들이 섬을 빠져나갈 때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일본군에게 총격을 가하며 시간을 벌어주기도 합니다. 소지섭은 칠성의 거친 느낌과 매력을 잘 살려냈습니다.

송중기는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을 연기했습니다. 박무영은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라는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했습니다. 그는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작전 수행 능력을 지닌 인물로, 강옥, 칠성과 함께 조선인들의 탈출을 주도합니다. 송중기는 박무영의 지능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잘 연기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조선인을 연기한 배우들도 있었죠. 일본인을 연기한 배우는 맘에 들지 않아서 항상 기억이 안 나네요 :ㅣ

3. 특징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스토리와 인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실제로 있었거나 있었을 법한 인물들의 삶과 고통을 너무나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일본군의 잔혹한 행위와 폭파 계획도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죠. 이런 암울한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틱하고 스펙타클하게 잘 만들어 낸 작품입니다.

그리고 군함도는 음악과 연출이 매우 뛰어난 작품인데요. 극 중에서 강옥과 소희가 부르는 노래들은 감동적이었습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부르는 '반도의 희망'은 조선인들의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전달하는 전율적인 노래였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만 일부 사실은 왜곡되거나 과장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군이 군함도를 폭파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유가 조선인들에 대한 은폐가 아닌 자국의 전쟁상황 때문이었죠.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모든 감정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4. 후기

집중해서 본 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겠지만, 이런 영화는 우리에게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을 해줍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일본을 비판하는 게 아닌, 아프고 잔혹한 역사를 상기시켜 주고 조상들의 희생과 용기를 존중하고 기리는 작품입니다.

한국 영화를 보면서 수많은 감정이 오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영화는 사뭇 달랐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스펙터클하고 재미있는 액션들도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었고,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한 게 컸었네요. 화가 나기도 하지만, 이런 역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킬링타임이 아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느껴지는 영화이길 바랍니다.